일기
운동
엄마는 내게 어린 시절부터 체-덕-지를 말씀하셨다. 체력을 먼저 키우고, 그 다음 덕 쌓고, 지식을 쌓으라는 뜻이다. 체덕지가 말이 되는 이유는 체력이 딸리면 덕을 베풀수도 없고, 그러면 지식을 펼칠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등록해 주신 방과후 축구 교실에서 열심히 하다 보니 유소년 축구 선수가 되었고, 그 때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운동했던 기억은 지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요즘도 그 때 지급받은 선수용 비니를 종종 쓴다.
성장기 바르지 못한 자세 때문에 생긴 척추측만증은 스무살이 넘어서는 아프지 않으려면 계속 운동을 하도록 만드는 굴레 같은 게 되었다.
요즘은 동네 친구인 상민이와 함께 거의 매일 헬스장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2일 근력 운동하고 1일 리커버리 운동 또는 휴식하는 루틴을 반복하는 중. 상민이가 여름에 바프 찍고 싶대서 같이 하기로 했다. 나는 22년에 스튜디오 바프는 한번 찍어봐서 이번엔 좀 멋지게 찍어볼 생각이다. 생각하고 있는 플랜이 궁금하다면 이 핀터레스트 무드보드를 구경해봐도 된다. 조인하는 것도 대 환영!
부모님
엄마가 잠깐 한국에 들어오셔서 도와드리러 용인 집에 며칠 머무르다 왔다. 같이 외갓집에도 다녀왔다. 엄마는 창업가는 아니지만 엄마 만의 방식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신기하게 서울에 돌아온 날 밤 엄마가 나오는 꿈을 꿨다. 느낀 바가 있어서 새벽에 일어나 엄마에게 이메일을 썼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생각을 나눌 가족이 건강하게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내가 돈을 벌게 되면서 부모님의 집을 떠나 독립한 이후로 가족들에게 멋지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실패를 겪으면서 부모님이랑 통화하다가 코맹맹이가 되기도 하고 잠깐은 아침마다 안부 연락을 보내실 만큼 약한 모습을 보였다.
엄마는 이메일 답장에서 내 나이대에는 원래 그런 거라며, 늘 아들인 내가 자랑스러웠다고 말씀해 주셨다. 부모가 된다는 건 하염없이 기다리고 믿어줄 줄 알아야 한다는 건가보다. 아빠는 틈만 나면 어려운 거나 필요한 건 없냐고 물어보신다.
형제들
나는 외동이다. 그치만 제작년부터 대장간 하우스에 살게 되면서 형제들이 생겼다. 형제란? 넘어지고 실패했을 때 뜸해지는 게 아니라 도와주고 챙겨주는 사람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상황을 물어봐주고 장문의 메시지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형제가 많아서 가장 좋은 점은 인생은 계속 올라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한다는 걸 계속 잊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말고도 10명의 삶을 동시에,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내 형제들이 만든 회사의 규모들이 커져가면서, 혹은 더 대담한 도전들을 해나가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은 복잡해지고 통제할 수 없는 이슈들이 생겨난다. 2년 전만 해도 똑똑하게 고민하고 밤 새 열심히 제품을 만들면 되었었는데. 이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들로 고통받는 게 안쓰럽고 대견하다.
가만 보면 대장간 사람들은 ’낙관주의‘ 라는 기질을 공유하고 있다. 낙관적인 사람들이 더 빨리 회복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한다.
우리에게 예상되는 가능성 높은 미래는, 슬프게도 본인 사업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한 직장인이 되는 형제의 수가 늘어나 이 집이 해체되는 것이다. 일년에 한 번 정도 만나 소주 마시며 도전 정신과 패기가 가득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미래. 낙관적인 쪽은 이 중 두세명은 사업을 성공시켜서 나머지 형제들이 계속 본인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우리의 낙관적인 미래를 준비하기로 했다.
만들기
요즘 대장간에서는 멤버들, 그리고 소수의 게스트들과 함께 ‘인사이트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이 인사이트 세미나의 가치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지식과 트렌드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제품을 만들고 회사를 운영하며 배운 지혜를 공유한다는 데 있다.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나도 다시 사부작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는 Cursor와 함께 3시간만에 웹앱 하나를 만들었다. 뭐 만들지 찾고, 만들어보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중. 이 과정에서 공유할 만한 배움을 많이 쌓길 기대한다.
만들어야 배운다. 만들어야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