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미끄러지는 중
디스콰이엇 팀은 연말 휴가에 들어갔다. 나를 포함해서 절반이 넘는 팀원이 지난 주에 크게 아팠는데, 다들 너무 빨리 달려오다보니 지쳐서 그런가 싶다고 현솔님이 22년 마지막 한 주는 각자 집에서 쉬자고 했다.
💪우울감에 대처하는 능력 상승
작년 12월 20일에 생애 첫 인턴을 시작해 6개월을 일하고, 곧바로 디스콰이엇으로 옮겨 또 6개월을 일했으니 이제 만으로 1년째 사회에서 일하게 되었다. 애인에 의하면 난 다음주면 3년차 직장인이라고 한다 ㅋㅋ 해가 넘어갈때마다 연차가 하나씩 올라가는 거라며.. 예비 3년차 직장인으로서 우울감을 감지하고 대처하는 법은 크게 늘었다.
내가 우울해지는 트리거는 서로 얽혀있는 아래 세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1) 운동을 안해서 체력 수준이 떨어지고 몸이 찌뿌둥해짐. 움직이기 싫어짐
2) 너무 많은 개수의 일을 하려고 하다 보니 일을 다 못 함.
3) 일을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일을 미루게 됨.
우울감에 빠지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1) '이 차는 살 수 있을까?'하면서 BMW랑 레인지로버 가격을 엄청 검색하고 자동차 유튜브를 봄.
2) 애인이나 친구/가족에 대한 집착하는 마음이나 시기심이 생김.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잘나가는 것 같고 불안감을 느낌
3)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안 자려고 버티다가 불을 켜놓고 잠자는 날이 연속됨.
위 증상이 있으면 나는 우울함을 느끼는 상태라는 것을 감지하고, 아래의 액션을 실행해 탈출한다.
1) 일을 암수술하듯 잘라낸다. 너무 부하가 큰 일은 일단 접고 나중에 새롭게 시작하기로 한다.
2) 운동을 한다. 몸도 상쾌해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일할 맛이 난다.
3) 인스타 스토리로 힘들다고 투덜댄다 -> 그러면 친구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남겨준다. 근데 이제 인스타 지워서 못한다
23년에는 조금 더 안티프래자일한 사람이 되고자 운동 파트너를 구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는 사람이자 생산성 덕후로서 업무 스케줄에 대한 고민을 듣고 조언해줄수 있는 사람이다.
👀요즘은 단순히 우울한 건 아닌 것 같다
두달 전 일에 더 집중하고 개성있게 살고 싶다며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게시물 1500개가 있던 계정을 날려버리고 나서야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나를 드러내고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어온 사람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확실히 사색하고 연구할 시간은 늘었다. 삶에 있어서 많은 노이즈가 없어진 것은 분명하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지우고 유튜브 앱도 지우면 일(디스콰이엇 일)에 쓰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날 줄 알았다. 어쩌면 내가 만든 고립 속에서 지쳐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난 기회를 잡고 싶어했다. 승부욕이 정말 강했다. 1등을 하고 싶었고 힘이 센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수학 과목 때문에 '전교권'에서 미끄러졌고 내 승부욕은 공부가 아닌 다른 것들로 스며들었다. 요즘 말로 하면 셀프 브랜딩인 것 같다. 중학생 때부터 명함을 만들어 늘 들고 다녔고 학교에 유명한 사람이 연사로 강연을 하러 오면 늘 손들고 질문을 하고 명함을 드리고 이메일 주소를 얻어 감상문을 보냈다. 어떤 기회가 생길지 모르니까!
올 여름 디스콰이엇에 합류하고 나서는 기회들이 정말 많이 쏟아졌다. 팀에서도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미션을 수행하면 되고, 이전에 만날 수 없던 멋진 사업가와 투자자들, 멘토들을 만나게 되었다. 대학 시절까지는 멋진 멘토 한명을 만나면 그 설렘으로 일주일을 살았었다. 노트에 적은 글도 곱씹어보고, 천천히 편지도 적고, 그가 가진 직업에 대해 공부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하루에 한 명 꼴로 만나게 되니 민감한 내 감각에 자극을 지나치게 자주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연사들을 멀찍이에서 바라보게 된다.
🧪가능성의 과잉
1년 전의 나는 지금 이렇게 지내게 될 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1년 전의 나는 용돈이 부족해 이마트 알바를 알아보던 휴학생이었다. 아니면 크몽에서 웹개발 외주로 돈을 모아볼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운 좋게 친구가 소개한 곳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고 많은 자신감을 얻어 지금의 팀까지 오게 되었다. 너무 빠르게 주변 환경과 관계, 내 역할이 '팽창'하다 보니 멀미를 느끼는 것 같다. 빠른 팽창과 가능성의 과잉에서 오는 멀미 말이다.
나는 정말 재미있는 일을 할 때, 만들고 싶은 무언가를 만들 때 폭발적인 집중력을 낼 수 있는 사람이다. 만들고 싶으면서 팀에서의 내 미션에 도움이 되는 것을 얼른 찾아내야 한다. 아니 어쩌면 답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 멋지게 미끄러지기
나는 지금의 나를 멋지게 미끄러지는 상태에 있다고 말하기로 했다. 자신만의 길을 가는 어떤 사람이 지도를 보고 길을 찾으면서 계속 뛰기만 할 수는 없기 마련이다. 가다 보면 길에 잘못 들기도 하고, 구덩이도 만나고, 빙판도 만나 미끄러질 수도 있다. 이왕 넘어진 거 멋지게 미끄러지기로 했다.
많은 가능성의 세계에서 내가 붙잡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데이터와 시각화를 가지고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기이다. 이와 관련된 아티클 하나를 최근에 작성했다. 그리고 엊그제는 학교 도서관에 오랜만에 가서 관련된 책을 빌려왔다. 내 안에 있는 연구자로서의 자아도 기쁘게 해주면서 나아가야지.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 모두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