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회사에 들어가면서 저를 바꿔보려고 사람들 안 만났었는데, 그게 오히려 저 스스로를 잃고 방황하게 만든 것 같아요. 이제 막 다시 뭐 하고 싶은지 찾아가고, 원래의 바이브를 찾아가고 있어요.”
- UG0의 생존일기를 쓰시는 J님과의 커피챗 중에 드린 말씀
지난 한 주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둘러쌓여 함께 일하고, 작당모의 하고, 함께 운동하고, 설득하고-이해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친구 진서와 함께 메버릭 하우스 세션을 준비하느라 삼성역 인근의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처음 일해봤는데 (무료로 핫데스크를 사용할 수 있다) 공간이 매우 chill 하고 좋았다. 자주 갈 듯. (같이 일해요!)
코파운더 없이 혼자 만들고, 팔고, 피칭하고, 전략 고치는 입장에서 비즈니스 성장은 느리지만, 그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한편 요즘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대장간의 대장으로서, 많은 커뮤니티에 발을 담그고 있는 예비창업자로서 챙겨야 할 것들, 그리고 기회 같아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많은 일을 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을 잘 가려내 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느껴진다.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여기가 내가 말을 많이 하는게 좋은 자리인지 듣는 걸 많이 해야 하는 자리인지 생각한다. 또 이 집단에서 내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생각하는게 집단 지성에 가장 기여하는 일인지, 다양성을 가장 풍요롭게 하려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 지 고민한다.
나의 호기심과 감정,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사업과 관계를 다루며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메버릭 하우스 Vision Talk
토요일에는 메버릭 하우스의 Our Mvrk 행사에서 진서와 함께 한시간 가량의 세션 하나를 함께 진행했다. 이름하야..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목표 설정 워크샵’. 메버릭 하우스는 분야가 열려 있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공간 기반 공동체이다. 을지로와 해방촌의 하우스를 기반으로 멤버들이 직접 워크샵, 무비 토크 등을 기획하고 준비하며 교류와 연대의 장을 만들어 나간다. 한편 이날은 논현동의 복합예술공간 Kgaff Space 에서 세션과 전시, 공연이 열렸다.
솔직히 나는 우리의 생각과 스토리만 전하는 일방적인 시간으로 구성하려 했으나, 워크샵 형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중간에 추가되었다. 그래서 참석자들이 폼을 입력하면 ‘목표 종이’가 만들어져 웹에서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간단한 웹앱을 만들었다. 목표 설정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 나누고, 웹앱에 각자 적은 목표 종이 내용을 참석자 몇 분이 공유해 주시고, 진서와 내가 목표에 대해 각자 15분 가량씩 이야기했다. 내가 전달한 내용 중 일부를 여기에 전달하려 한다.
커뮤니티에서 행복을 느끼며 성장한 나
나는 외동 아들이었고, 청소년 시절 예술가처럼 창작 활동을 하거나 학생 자치 활동에 깊이 관여해 또래 친구들과 무언가를 만드는 방식으로 외로움을 해소하곤 했다.
최근 5년 동안에는 러닝 크루와 같은 커뮤니티나, 대장간이라는 코리빙 하우스이자 공동체에서 기여하면서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AI를 어떻게 업무에 잘 적용할지 고민하는 것 만큼이나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가진 문제 의식이며, 협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 테크, 미디어, 커뮤니티 운영 측면에서 실행하고 배워 나가는게 나의 역할이라고 본다.
원칙 1: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시장과 문제를 찍고 가설을 검증하며 제품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나는 나로부터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그 다음에 세상 사람들과 쓰는 방식을 추구한다. 그게 나에게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물론 내가 자선사업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 시장과 트렌드에 대한 생각을 아예 안 하는건 아니다)
내가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분야 - ‘운동과 읽기’에 주목하여 간단한 앱을 만들어 한달 째 쓰고 있다. 이제 주변 사람들과 쓸 수 있도록 고쳐 출시할 계획이다.
원칙 2: Community-First
나처럼 만들기의 즐거움에 이끌려서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생각에 갇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좋은 방법은 커뮤니티를 먼저 만들어 운영하면서 관찰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어떤 커뮤니티 규칙을 적용했을 때 지표나 정성적인 분위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면 된다.
나는 문화적 자본을 남기고 싶다. 가령, 중학교 시절 고민하던 동아리 활동 아이디어 같은 것들. 다른 동아리에서 보고 따라할 수 있는 독특한 커뮤니티만의 활동 양식. 그런 문화들은 사업 주체가 설계하는 것보다 참여자의 움직임이 바이럴이 되어 굳어졌을 때(탑다운이 아니라 바텀업일 때) 자연스럽고 아우라가 살아있다. 문화는 만들어지는 것이지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참여자들의 행동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문화 형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사람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과 삶에 큰 영향을 준 디스콰이엇 팀에 합류하던 2021년에도 문화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말을 했다. 디스콰이엇에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본인이 제품을 만들며 배운 점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문화이다. 또 러닝크루도 문화에 대한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을 틀며 뛰어다니고, 그 중 몇명은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뛰며 사진을 찍는 것은 문화라는 단어를 빼고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요즘 만들고 있는 것 + 만들면서 배우는 것 (1) 글 중에서
원칙 3: 미디어 고려하기
그렇다면 공동체의 문화 형성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미디어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나는 원래 브랜딩이 제일 중요한 줄 알았다. 트렌디해보이는 커뮤니티 로고와 이름을 제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조금 더 크게 보려 한다. 브랜드를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인 미디어를 고려해야 한다.
위 이미지 왼편의 ‘목표 종이’는 미디어 요소의 예시이다. 이날 세션에서 참석자 분들께 본인의 목표를 적게 한 것이다. 미디어 요소를 잘 설계하면 내부적으로는 연결이 강화되고, 외부적으로는 모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사례에서도 참석자분들이 서로의 목표 종이를 자유롭게 보며 가까워질 수 있었고, 목표 종이는 이미지로 만들어져 외부 SNS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 스탭이 기대돼요
gradatim ferociter, 한 걸음씩 맹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