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생 시절 IoT 캡스톤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품에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 온갖 기능을 다 때려박았던 적이 있다. 참가한 대회 주제는 ‘고령 사회를 위한 IoT 장치’였고, 대회 킥오프를 하자 마자 코로나가 터졌다. 우리는 스마트워치를 만들며 사용자 주변의 코로나 확산세를 LED 색상으로 보여주는 기능부터, 고열 감지, 치매 노인의 실종 예방을 위한 지오펜스.. 고독사 예방 기능.. 을 다 넣었다. 제품 기획 측면에서 돌이켜보면 우습다. 공대생들의 프로젝트로서 여러가지 기능의 데모를 직접 구현해봤다는 건 의미가 있지만..
애플워치 탈출기
최근, 10년간 내 손목 위에 자리하던 애플워치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다른 것으로 갈아탔다. 나는 원래 애플워치 사용하는 것을 즐겼다. 고등학생 때 물려받은 아빠의 애플워치를 쓰는 게 좋았다. 손목 위에서 휴대폰 알림을 볼 수 있고, 블루투스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심지어 플래시라이트도 쓸 수 있어서. 애플워치가 풍기는 ‘스마트해 보이는’ 느낌도 좋았다. 고장이 나면 새 애플워치를 사서 또 열심히 써왔다.
그런데 최근에 애플워치 외길인생을 그만두고 대체재를 찾은 이유는 애플워치가 내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첫번째로는 애플워치를 차고 있으면 너무 많은 알림에 방해를 받는다. 아이폰이 주머니 속이나 책상 위에 있어도 빠르고 간편하게 알림을 확인하고 답장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것의 지향점이다. 두번째로 매일 충전해 줘야 하는게 귀찮다. 지금 쓰는 지샥 시계는 건전지를 한번 갈면 2년 정도 간다. 세번째로는 잘 때 차기 불편하다. 웨어러블 기기로 수면/에너지 관리에 도움을 받고 싶은데 충전 문제도 있고 크고 무거워서 매일 워치를 차고 자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whoop을 샀다.
이 세팅으로 한달 정도 매우 만족하며 쓰고 있다. 너무 많은 기능이 있는 올인원 디바이스는 나의 삶을 종종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것 같다. 특히 매체의 측면에서, 시계의 형태를 가진 장치가 시간 정보 뿐만 아니라 휴대폰의 알림을 보여주거나 하면 피곤함을 느낀다.
요즘 ‘리추얼’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단일 기능을 하는 장치를 여러 개 쓰는게 리추얼의 역할도 한다. 샤워하는 행위를 예시로 들어보자. 어떤 남자 A는 올인원 맨즈 워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고, 남자 B는 얼굴에 쓰는 클렌징도 용도에 따라 여러개, 머리에 쓰는 세정 제품도 여러개, 바디워시도 따로 쓴다. 시간과 공을 들여 씻는 남자 B가 본인을 사랑(self love)하는 방법에 대해 더 잘 알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나는 유료 노트 앱을 3개를 쓴다. workflowy, notion, reflect. 3개의 앱이 기능이 겹치는 면이 있지만, 제품이 설계된 지향점이 다르기에,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사용한다. 하나는 일주일 단위의 투두리스트 관리를 위해, 다른 하나는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마지막 것은 떠오르는 영감이나 삶에 대한 회고를 기록하기 위해 쓴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
인스타그램에 피로감을 종종 느낀다. 스레드는 더 심해서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온갖 목적성과 톤의 콘텐츠가 뒤섞여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누군가는 제품 마케팅을 하고, 다른 사람은 친구에게 여행 사진을 공유하고, 또 다른 이는 사회적 논란을 만든다. 나는 이제 시간을 보고 싶으면 왼쪽 손목을 보면 되고, 신체 수치를 보고 싶으면 오른쪽 손목에 밴드를 차면 되지만 인스타그램 앱에는 목적을 빼앗기러 들어가는 기분이다.
나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고 싶지만, 세상과 벽을 쌓고 고독해지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을 위한 미디어를 만들고 있다. 글쎄다. 이걸 미디어라고 불러야 할지, 네트워킹 서비스인지, 유틸리티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내어 봐야 알 것 같다. 7월이 그래서 중요하다. 기존에 하던 거 수정해서 앱 두개 만들고 사람들과 써본다. 팟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