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 닮고 싶은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도 정리하고, 나를 채용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캐주얼하게 만나보는 중. 지난 주에는 10명과 커피챗을 했다.
2/ 나는 다음 사이클에는 다시 창업을 할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3-5년의 중기적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고 있다. 최근까지는 그게 패션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생각의 흐름은 이렇다:
그리다 팀은 GPT의 보급 이후로 앞으로 1-2년 내에는 응용 소프트웨어 회사, 외주 용역 에이전시들에 대한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드웨어/인프라로 가거나, 소비 사이드로 가야 한다. 여기에서 소비 사이드란 문화예술(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의미한다.
나는 커뮤니티 만드는 걸 잘 하는데, 커뮤니티가 ‘머릿수 장사’라는 천장을 뚫으려면 브랜드 가치를 가져야 한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가장 집중하는 건 패션업계다.
작년, 아이즈매거진 팀과 모델로 아디다스 광고를 촬영한 후 다시(초중고 시절 내가 매일 하던 일은 로고 디자인, 음악 만들기, 영상 촬영 및 제작이었다) 크리에이티브 필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장 사람들이 멋졌고, 내가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 보였다.
3/ 근 두달 간 CFP라는 이름 아래에서 친구들의 커뮤니티와 브랜드를 도와주는 일을 했다. 그 중 6곳은 패션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다. 직접 만들어나가는 곳도 있고, 같이 키워나가는 곳도 있고, 잠깐씩 도와주고 팬으로 함께하는 곳도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좋은 친구도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떠들며 많이 배웠다. 패션 업계에 대해 빠르게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4/ 패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진 채 관련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약간의 리서치를 하면서 배운 것들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패션 피플들이 생각하는 브랜드 가치와 브랜드 회사의 기업 가치에는 차이가 있다. 아더에러 회사의 작년 매출은 427억원이고, MLB와 네셔널지오그래픽 등의 라이센스 브랜드 의류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F&F의 작년 매출은 1조 7천억원이다.
패션업계 회사들의 나이스 동종업계 순위를 보면(매출과 영업이익이 중요한 지표일 듯 싶다), 한세실업(OEM/ODM), 이랜드월드(스파오 등), 영원아웃도어(노스페이스), 크리스에프엔씨(PING 등), 비케이브(커버낫 등) 등으로 브랜드 의류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 OEM/ODM 생산회사, 수입판매회사 등 다양한 회사들이 상위에 랭크하고 있다. 옷을 좋아한다고 해서 하입한 브랜드만 보면 안 됨.
브랜드들이 growth를 만든 방식은 창업자와 회사의 역량에 따라 각각 다르다. 브랜드 바이 브랜드임. 떠그클럽은 창업자 겸 대표인 조영민의 인플루언스를 활용해서 컸고, 마뗑킴은 디자이너 ego가 센 대표가 블로그에서 옷을 만들어 팔면서 꾸준히 성장했으며, 대기업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비싼 연예인을 모델로 쓴다. 연예인 쓰면 매출 확 뜬다고.
그만큼 브랜드 회사 안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도 브랜드 바이 브랜드이다.
패션 업계는 IT 스타트업 회사에 비해 둔하고 자유롭지 않다. 어떤 시즌 콜렉션 내려면 최소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하니 당연함. 코드 고쳐서 깃헙에 푸시하면 바로 배포되는 게 아니라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고객관리까지 해야 하니..
패션 업계는 IT 스타트업 업계에 비해 폐쇄적이고, 수직적이다. 내가 잘 뛰어놀 수 있는 필드인가? 폐쇄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디자인을 카피하기 쉬워서이고, 수직적인 이유는 크리에이티브라는게 바텀업이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음.
5/ 이달 초에는 수호(Workout Works 0기 멤버)의 보디빌딩 대회를 서포트하러 갔다가 이동하는 중에 내가 가진 3 Pilars라는 생각이 The dream team: Hipster, hustler, and a hacker 라는 아티클의 개념과 대응한다는 말을 들었다. hipster, hustler, hacker가 모인 회사가 초기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림 팀이라는 내용인데, 나는 이 셋의 마인드셋과 스킬을 한 몸에 겸비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요즘은 역할을 2개 이상 탑재하고 있는 만나고 다니고 있다. 네이버 PM이자 DJ, 창업에 도전했던 토스 영상 제작자, 한예종 작곡과 출신 사업가 등.. 병특 직무를 찾을 때에도 3 pilar라는 개념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6/ 내가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 (가까운 미래의) 시장이 원하는 일을 종합해서 내 라이프/커리어 vision statement를 다시 정리했다. 이전까지는 ‘개성이 가득한 사회 만들기’라는 what에 집중한 문구를 사용했는데, 이번에 정리한 문장은 그에 대한 how라고 볼 수 있다.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관심받고 빛나는 것도 좋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빛나게 하는 것을 즐겨왔다. 초중고 학생회장 하면서도 같이 일하는 열정있는 친구들에게 타이틀을 만들어줘서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게 했고, 디스콰이엇 팀에 있으면서도 플랫폼 유저들(우리는 그들을 ‘메이커’들이라고 불렀다)의 사진을 찍고 인터뷰 콘텐츠를 만들며 그들을 빛나게 했다. 지금도 주변의 친구들에게 CFP 캠페인들로 그들이 모멘텀을 잃지 않도록 돕고 있다.
글쎄, 내가 브랜드를 만들고 최전방 디렉터가 되는 것도 좋은데, 재능있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그들이 돈을 벌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요즘 지켜보니까 내 성향이, 아티스트의 자아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사업가이자 엔지니어 성향도 강한 것 같아서.
지금까지는 내가 만들게 될 것이 커머스 플랫폼일지, 미디어일지, 공간 비즈니스일지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 vision statement는 마음에 든다. 이 미션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세상에 외치면서, 짧고 긴 액션 하면서 계속 나아가면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