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들고 있는 것 + 만들면서 배우는 것 (1)
지난 주에는 내 생일이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뵈러 한 주 내내 일본에 다녀왔다. 2주 전 내 명의로는 생애 처음 하는 정부지원사업 신청을 마무리한 뒤, 그 주 주말에는 회고글도 적고 사업계획을 다시 정리하려 했으나 시간 관리를 단디 하지 못한 탓에 그러지 못했다. 그 때문에 아쉽게도 일본 여행에서 하고 있던 일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없었다. 잘 성장하고 있는 대견한 아들이고 싶었으나 혼란스러움 가득한 철부지 아들내미인 모습만 부모님께 보여드린 듯 하다. 대신에 일본에서의 일정은 아…
이전 글에 이어서 내가 만들고 있는 것과 배운 점, 회고, 앞으로의 계획을 아래에 적었다.
4. 북마크 앱 collector
https://collector-cfp.vercel.app/u/han
만든 배경
나는 대략 스무살이 되던 해 부터 흥미로운 웹페이지들을 모으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폰 메모장에 하다가 찾기 어려웠고, 그 다음엔 노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가, matter도 썼다가, 다시 노션 데이터베이스로 돌아와 super.so를 사용해 예쁘게 배포했다가 비싸서 연결을 끊었다. (2024년에 북마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이 글에 있다)
최근 다시 노션 데이터베이스에 아티클들과 흥미로운 웹사이트를 정리하다가 두 가지 니즈가 생겼다:
귀찮다. URL만 넣으면 아티클 제목과 요약, 분야 정도는 자동으로 잡아서 넣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북마크를 추가하는 주기를 알고 싶다. 주간 생성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 지속성을 관리하고 싶다.
만들기와 기술
사용자가 링크를 붙여넣으면, cheerio가 서버에서 해당 링크에 연결된 웹페이지의 html을 받아온다. 제목, 요약, 주제, 출처를 html 데이터에서 추출하거나 GPT4o-mini가 생성해 supabase에 넣도록 했다.
북마크 공유 버튼을 누르면 링크가 생성되고, 그 링크를 타고 들어오면 해당 북마크가 빛나도록 만들었는데 다른 기능들을 만지면서 cursor가 그 기능을 뺀 것 같다. cursor agent는 종종 고집이 있는 듯한 행동을 한다. 내가 직접 수정한 코드를 다시 본인이 만들던 맥락에 따라 수정해 두기도 한다. 물론 checkpoint와 chat 구분을 잘 활용하면 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콘텐츠들도 많다. 종종 엉뚱한 요약을 해내기도 한다. 그건 알고리즘과 프롬프트를 제대로 손보지 않아서이다. 내 친구 Jay가 열정적으로 사용하면서 엣지 케이스를 테스트해주고 있다. 땡큐! 또, 핵심 기능인 북마크 추가 주기 그래프도 일부 틀릴 때가 있다. 디버깅 필요함.
사용 경험
은근 편해서 잘 쓰고 있다. → 주 평균 6개 정도의 북마크를 지속적으로 추가함.
Jay가 추가하는 북마크들을 보는 게 재밌다.
5. 회고
시간 순
2월 중순, 처음 앱을 만들기 시작했던 목표는 달성했다. 좌절했던 나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주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고, 무언가 할 모멘텀을 만들어 주었다.
3월 초, 정부지원사업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만들던 앱을 기반으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를 기획하기에는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고객의 문제는 무엇인지, 기존의 솔루션은 무엇인지, 시장에는 어떤 이해 관계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와 같은 것을 알지 못하니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되었다.
근 2주는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이런 방황이 처음이 아니고, 그때마다 나름의 생각 정리를 해 두어서 이번엔 비교적 빨리 내가 방황하고 있다는 걸 인정했다. 이틀 전 밤에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아 21년에 선물받은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 독>을 다시 읽었다.
평가
내가 꾸준히 쓰는 이유는 직접 만든 앱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솔루션들에 대해 특별한 경쟁 우위는 없다.
잡념이 많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서 도전하고 실행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앱으로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매일 영어 단어를 외우고, 단백질 식사를 기록하며, 북마크를 추가하게 했다.
상현이와의 대화
Nightly를 만들고 있는 내 룸메 상현이와 내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작은 내가 다른 사람들을 돕는 걸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꺼낸 것이었다. 사람들을 도우면서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너무 기쁘고 빠르게 심리적 보상을 받을 수 있어서인지 내 일을 하는 데 쓰는 시간까지 침범하면서 다른 사람의 일을 걱정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상현이는 내가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궤뚫고, 내가 내 일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데드라인이 없거나, 함께 하는 사람이 없거나, 비전이 흐릿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래서 우선순위를 못 정해서 일에 진전을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6. 브이로그 업로드
거의 10년만에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앞으로 2주 간격으로 2분 내외의 짧은 브이로그를 올리는 것이 목표다. 브이로그를 올리기 시작한 이유는, 아래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브이로그를 만드는 멋진 창업가들을 따라하며 이들과 연결되기 위해서이다. 그런 목표를 가졌으니 영상 속에서 영어로 말한다.
요즘 많이 보는 유튜브 채널들
한 달 만의 블로그 글. 나의 삶은 다시 조금씩 리듬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욕심이 생겨 마음이 급해졌다가 다시 안정을 찾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좋아지는 중. 일주일에 5번은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매주 월요일 인바디(몸 안의 지방과 수분, 단백질의 비율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재는데 값이 사인파를 그리며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한다. 요즘 내 생활도 비슷하다. 주기적으로 작은 혼란을 겪으며 나아간다.
영상을 찍기 시작한 것도 벌써 3주 전인데,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게 매우 어색했고, 영어를 쓰는 건 더 어색했다. 많은 동영상들 중 쓸 영상을 고르고 편집하면서도 많이 배웠다. 영상을 만들면서 배우는 점은 몇 편 찍고 반응을 봤을 때 뉴스레터 글로도 공유하려 한다. 일단 꾸준히 할 수 있을 만큼 작게 시작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