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커뮤니티(커뮤니티라는 표현을 잘 안 쓰는 것 같긴 한데)에 들어갔다. 이름은 ‘매버릭 하우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년부터 알게 되어 파운더인 한결님과 하우스를 궁금해 했었다. 개성 있고 멋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작년엔 바빴고, 다운되어 있었다. 해가 넘어가 다시 에너지를 찾으면서 멤버로 합류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다. 매버릭 하우스를 만든 한결님과 나의 오랜 친구 혁민이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매버릭 하우스 인스타를 보니 혁민이가 ‘매버릭 프레스’의 대표가 되어 있었다. 혁민이는 군대로, 나는 스타트업 세계로 빠지고 나서는 그와의 교류가 뜸했었는데 이 친구는 역시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잘 지키고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고혁민이!
지금 직함도, 명함도 없는 나는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면 지금 뭘 하며 지내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OpenAI의 샘 알트만도 어린 시절 사업을 매각하고 네트워킹 자리에 나가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이 많아 의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혁민이를 매버릭 해방촌 하우스에서 만나 3시간동안 쉬지 않고 떠들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고 즐거웠다. 이 친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생각을 도와 준다. 오랜만에 추상적인 단어들을 마구 사용하며, 사회의 흐름과 우리의 사명 같은 큰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간 서로에게 있었던 변화에 대한 얘기도 하고.
혁민이는 본인의 명의로 새롭게 만든 회사 매버릭 ‘프레스’에 대해 설명하며 꼭 책이 아니더라도 대화, 카드 뉴스 같은 실물을 ‘출판’해 내는 곳이라고 했다. 어떨 땐 출판사라고 설명하면 쉬울 것 같아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마침 내가 지은 내 회사 이름도 ‘CFPC - Community First Publishing Company’ 이고, 출판이라는 건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듯. 사람들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 혁민이와 나의 공유된 비전이다. 앞으로 서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하거나 무언가를 만들어주며 도울 일이 많을 것 같아 기쁘다.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나는 핀터레스트나 네이버 블로그처럼 사람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고 발전시키며, 자기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놀랍게도 혁민이의 지인 중에도 그런 걸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넓은 의미에서는, 매버릭 하우스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들과 영감을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시킬 수 있도록 내 제품도 얼른 형태를 만들어야겠다. 다만 이런 목표를 가진 도구들은 이미 세상에 널렸고, 이런 걸 하는 회사들은 돈을 벌지 못해서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에서 말한 목표를 달성하는 걸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내가 실험하며 답을 찾아가야 할 과제이다.
그런데 이 막막하고 긴 과정에서 가능성을 믿어주는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다. 혁민이를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게 내가 삶의 목표를 이루는 데 성공할 가능성을 20%는 올려줬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연결되길 좋아하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무언가 만들고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나의 기질을 좋게 봐주는 친구.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가? 사실 22살 때부터 일을 시작하며 내 안위를 챙기기 바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깊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VC 같았다고나 할까. 요즘 어떻게 되어가는지, 사람은 몇 명 정도 모았는지, 돈은 어떻게 벌 건지 같은 단편적인 질문들만 해왔던 것에 반성했다.
그래서 무언가를 오랫동안 만들면서 세상에 변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현재 가진 숫자나 정량적인 지표와 관계 없이 가능성을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 꾸준히 얼굴을 보고 하고 있는 일에 지속성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첫번째 액션은 이번 크라이치즈버거 버거챗. <올 해 이루고 싶은 목표와 달성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어떤 내용을 가져오던 무조건 응원해준다는 걸 전제로! 놀러 와 주는 사람들에겐 한 해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되어가는지 물어보며 응원할 계획. 함께 할 수 있는 거 있으면 하고. 오늘 한결님과 혁민이한테 받은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나도 그런 걸 나눠주는 액션을 하려 한다.
개추
흐뭇한 만남 !